진정한 웹2.0으로서의 UCC가 되려면

윤종수(서울 북부지원 판사)
2006.10.26

한동안 달랑 2컷으로 된 만화들이 날 즐겁게 하였는데 그것도 매번 똑같은 그림으로 된 것들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른바 ‘조삼모사 시리즈’이다.

원래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에 살던 저공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저공은 자신이 기르던 원숭이에게 줄 도토리가 부족해지자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로 줄이겠다고 원숭이들에게 통보하였다. 원숭이들이 이에 격렬히 항의하자 저공은 다시 아침엔 4개, 저녁엔 3개로 바꿔 제안을 하였다. 결국 똑 같은 말인데도 원숭이들은 나중 제안을 기뻐하며 받아 들였다는 것으로 사물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저공과 원숭이의 대화 장면을 차용한 조삼모사 시리즈는, 저공이 뭐라 하자 난리를 치던 원숭이들이 그가 돌아서며 던진 한마디 말에 바로 불리함을 깨닫고 아부를 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한다. 특이한 것은 네티즌들에 의하여 대화 내용이 매번 바뀌면서 상황은 똑같지만 내용이 다른 촌철살인의 유머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하도 많은 버전들이 만들어 져서 처음 나왔던 원본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었지만, 서로들 만들어 낸 버전을 감상하며 공감하고 즐거움을 느꼈던 건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 준 자그마한 행복이었다.

UCC, 과거를 부활시키다
이른 바 웹2.0 시대의 인터넷의 화두는 단연코 UCC(User Created Cotents) 또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라 불리는 ‘이용자에 의하여 생산된 콘텐츠’이다.

다들 새로운 엘도라도를 발견한 듯이 UCC로 어떻게 수익을 올릴지 몰두하고 있고 구글에 거액에 인수된 유튜브의 사례는 UCC의 위력을 보여주는 신화가 된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대동강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보다 더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웹2.0의 지향점이 참여의 아키텍처에 의한 이용자들 자신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활동의 부산물로서 구축된 DB를 이용한 비즈니스이니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그러나 참여와 개방, 공유를 본질로 하는 웹2.0과 관련해서 UCC를 논하려면 단순히 ‘이용자에 의하여 생산된 콘텐츠’라는 정의만으로는 부족하다. UCC는 콘텐츠를 만든 자가 누구냐가 핵심이 아니라 콘텐츠에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이를 누구나 가져갈 수 있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누구나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조삼모사 시리즈가 가능했던 바로 그 부분이다.

사실 이러한 의미에서의 UCC는 새로운 개념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UCC는 창작의 원래 모습이다. ‘창작자’라는 계층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 보자. 낮에 있었던 사냥을 떠올리며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린 자나 여기에 자기 이야기를 덧붙인 자 모두 그 날 그 날 살아가느라 바빴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 저 사람이 흥얼거리던 노래는 어느덧 아리랑이라는 명곡이 되었으며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바뀌어 새로운 버전이 만들어졌다. 눈먼 아버지를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어린 소녀의 부활이야기는 유교와 불교의 정신세계가 혼합되어 있는 것을 보더라도 어느 한사람의 창작이 아닌 오랜 세월동안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스토리임이 틀림없다.

창작의 원래 모습이 UCC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당시에는 창작행위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단순히 즐기거나 자신의 생각,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결과물인 창작물에 대한 독점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문화가 축적되어 저작물의 수준이 높아지고 새로운 전문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천부적인 소질과 전문화된 실력을 갖춘 창작자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만들어낸 창작물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그 가치가 인정되면서 이를 저장할 미디어와 널리 전파시키기 위한 네트워크가 고안되었다. 미디어와 네트워크의 발달은 창작물의 온전한 보존과 공간적 범위의 확장을 가져오면서 전문 창작자의 지위와 창작물의 경제적 가치를 더욱 더 높였고 이는 다시 창작행위를 그와 같은 전문가들에게 집중되게 만들었다. 점차 문화적 수준에서 뒤지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일반인들은 일방적인 수용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독점적 이익을 강화하고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손을 댈 수 없는 원칙을 만들어 냈다. 저작권법이 등장하고 점차 강력한 저작권의 모습을 갖춰간 것이 이 무렵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기술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과거의 부활을 가져왔다. 고비용의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도 창작물을 무형적인 디지털 정보 자체로서 저장,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인터넷이라는 비용 제로의 혁명적인 배포수단이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이 넘볼 수 없었던 미디어와 네트워크의 장벽이 무너졌다. 또한 창작을 위한 기술적, 경제적 어려움이 극복되면서 이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높은 수준과 대규모의 저작물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커뮤니케이션수단의 발달과 정보검색의 진전으로 창작을 위한 온갖 정보가 확산되면서 일반인들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진정한 UCC의 부활이 가능해진 셈이다.

UCC, 저작권법 장벽과 마주치다
그러나 부활은 부활인데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UCC는 부활하였지만 그때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저작권법이라는 장벽을 마주치게 된 것이다.

저작권법은 원본인 저작물을 변형하는 행위를 두 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변형한 결과 새로운 창작성이 더해져서 사회통념상 원저작물과는 다른 독자적인 저작물이 된 경우 이를 ‘2차적저작물’이라 한다. 이와는 달리 그 창작성의 정도가 낮아 수정, 가감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는 저작물의 단순한 ‘변경’에 해당한다. 즉 원저작물에 가미된 창작성의 수준에 따라 구별되는데, 변형물이 2차적저작물로 인정되면 원저작물과는 독립하여 새로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게 된다는 점이 단순한 변경의 경우와 제일 큰 차이점이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에게 위 두 경우를 모두 컨트롤 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2차적 저작물을 만들면 저작재산권인 ‘이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허락 없이 원저작물을 변경한 경우는 저작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2차적저작물이 새로운 저작물로서 보호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원저작자의 허락을 안 받았다면 그의 이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

물론 저작권이 전문창작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창작자를 차별함이 없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 문제는 그 유래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저작권법이라는 시스템은 UCC가 아닌 전문창작자의 경제적, 독점적 권리를 보호하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만인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저작권법의 원칙은 오히려 UCC의 부활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로운 콘텐츠 순환과정을 만들어야
게다가 대부분의 UCC 플랫폼들이 UCC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UCC 플랫폼들이 가지고 있는 상당수의 UCC가 출발부터 진정한 UCC가 아닌 사이비 UCC(User Copied Contents)라는 점도 문제지만 그나마 이용자가 만들어낸 콘텐츠로서의 UCC임에도 이마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UCC 플랫폼들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UCC의 확보, 확보된 UCC로부터의 수익, 그리고 창작자와의 수익분배이다. 물론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콘텐츠를 확보하여 수익을 내고 이를 창작자와 나눠 가진다는 개념은 그 콘텐츠가 아마추어에 의한 것이든 프로에 의한 것이든 큰 의미는 없다. 그걸 굳이 웹2.0이라고 부를만한 혁신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스크랩 기능을 더하여 자유롭게 스크랩해 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사정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웹2.0로서의 UCC를 추구한다면 원래의 모습대로 누구나 접근가능하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으며 누구나 변형시킬 수 있는 콘텐츠의 장을 마련하여 참여와 개방과 공유를 실현시켜야 한다. 즉 UCC에 적합하지 않은 저작권을 해결할 수 있도록 플랫폼 자체에서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정체불명의 개념인 스크랩 허용만 달랑 달아놓을게 아니라 콘텐츠의 개방과 공유를 계몽, 유도하면서 CCL이나 정보공유라이선스처럼 자신의 저작물을 남들이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새로운 2차적저작물의 작성을 허용할 것인지 나타내 줄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수정, 변환이 어려운 포맷으로 UCC를 보관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포맷을 지원하여 제3자에 의한 접근과 수정이 가능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웹2.0에서 추구하는 콘텐츠의 순환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UCC 제공자에게 정당한 수익을 나누어 주는 것도 좋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어느 누구는 단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와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이 UCC 플랫폼이 우선적으로 접근해야 할 기본적인 방향이고, 더욱더 수준 높은 제2, 제3의 조삼모사 시리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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