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급성장 신화에 묻힌 `지식인 요절 신드롬’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재계와 학계의 촉망받는 젊은 인재들이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잇따라 사망, 중국 당국이 충격을 받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속에 묻힌 이들 지식인의 `요절”은 중국의 젊은층에게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우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9일 전했다.

중국은 지난 두달간 3명의 젊은 저명인사의 사망을 지켜봐야 했다.

지난달 18일 중국 인터넷계의 가장 성공적 회사중 하나인 검색엔진 왕이(網易.NetEase)의 설립자 테드 쑨(孫德체<木+隷>)이 37세의 나이로 갑자기 숨졌다.

앞서 8월에는 46세의 유명 여배우 가오슈민(高秀敏)이 심장마비로 급서한데 이어 남자 배우로는 드물게 중국 최고의 인기 연예인으로 꼽혀온 부뱌오(傅彪)가 40세의 나이로 사망, 충격을 가져왔다.

이 뿐 아니다. 중국의 첫 개인전세기 항공사를 설립한 왕쥔야오(王均瑤) 쥔야오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38세의 나이로 숨졌고 다유닷컴(Dayoo.com)의 유명 웹에디터 왕젠펑(王建峰)도 28세의 나이에 숨을 거뒀다.

학계에서는 올들어 32세의 샤오량중(蕭亮中) 중국 사회과학원 인문학 교수와 36세의 허융(何勇) 저장(浙江)대 수학과 교수가 각각 심장마비와 간암으로 사망했다.

지난달엔 중국과학원 고성능물리연구소의 머우광쥔(茅廣軍) 박사, 상하이유기화학연구소 멍이(孟懿) 연구원 등 세계적 수준에 근접한 과학계 인재들이 각각 36세, 26세의 아까운 나이에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 젊은 인재들의 요절 신드롬은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과로와 가족 부양의 중압감, 그리고 과도한 경쟁심과 성취욕구로 일찌감치 예견돼 왔던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지식 노동자들이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게 일상화됐으며 특히 의료 노동자와 경찰, 교사, 기업 간부, 언론인 등이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베이징 시민의 평균수명은 76세인 반면 베이징내 지식 노동자들은 10년전보다 5세나 낮아진 54세에 불과했고 지난 2002년 상하이에서 실시된 조사에선 10개 주요 언론 종사자의 평균 수명이 45.7세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 푸퉁(普通) 대학 쉬옌(許燕) 교수는 “이들은 집안의 기둥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직장에서 끊임없이 일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지식 노동자들이 경제발전의 속도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브로커인 장란(張蘭.30)은 “테드 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다”며 ” 내 또래들은 대개 열심히 일하고 덜 자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우리가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삶의 질을 희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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