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신화가 사라진 땅에 새 신화가 섰다. 구글은 1998년 7월에 출발했다. 단짝 친구의 의기 투합, 신용카드와 지인들이 모아준 돈, 허름한 차고 등 흔히 보던 벤처 창업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6년 후…
하지만 정말 놀라운 건 구글의 외적인 성공이 아니다. 사람들이 구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이다.
![]() “I googled it!” 하면 “인터넷에서 찾아봤어!” 가 된다. 구글은 영어권 정보의 입구를 점령했다. 하지만 PC의 입구를 장악한 MS처럼 비난 받는게 아니라 도리어 사랑을 받고 있다. 2003년 미국 국가고객만족도(ASCI)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우리는 구글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서비스에 주목하자는게 아니다. 회사나 IPO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았는가? 바로 ‘그 무엇(That Something)’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혁신만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혁신된 ‘시스템’이 세상을 바꾼다. 혁신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는 싸이월드와 오버추어 코리아의 성공에서 혁신 위에 있는 자본과 시스템의 힘을 본다. 이의는 없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누군가 “M&A할 자금은 있는데 M&A할 대상이 없다”며 답답해 한다. 시스템이 큰 소리를 치는 지금, 혁신과 모험 자체는 어디로 갔는가? 시스템 없는 혁신은 몽상이지만 혁신 없는 시스템은 예고된 죽음 아닌가? 그래서 지금 구글을 본다. 시스템과는 다른 길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가장 인터넷 답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리더십을 연구할 때 흔히 빠지는 오류는 “리더는 어떻게 한다”만 보는 것이다. 성공한 리더의 ‘지금’ 모습만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리더가 되었는가?”, “리더가 되기 전에 어떻게 했는가?”이다. 리더가 만든 원칙이 아니라 리더를 만든 원칙을 배워야 한다.
지금 누군가 단순한 검색창 하나를 들고 나온다고 해서 검색 시장을 평정하지는 못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과 시장 상황도 다르다. 구글의 모습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구글에서’ 배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황은 달라도 사람의 마음은 같다. 검색엔진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같다. 앞으로 몇 주동안 구글에서 배우는 시간을 가져 볼 것이다. 구글의 서비스가 아니라 구글을 만든 ‘그 무엇’을 생각해볼 것이다. 구글이 지켜온 원칙, 전략, 변화의 방법 등을 볼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구글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좁게는 바람직한 검색엔진의 방향이고 넓게는 인터넷 서비스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도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저 인터넷과 검색엔진을 아끼는 어떤 사람의 충고 쯤으로 편하게 들어도 좋다. ● 구글에서 배우는 인터넷 성공의 원칙
‘통닭집? 골목마다 흔한 그 통닭집? 프랜차이즈가 몇 개이고, 독립적인 가게가 또 몇 개인인데…통닭집을 한다고?’ 역시 사업은 언제나 새롭고 쿨한 아이템으로 해야하는 걸까?
유명한 ‘교촌치킨‘과 창업자 권원강 사장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조류 독감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폐업률 0%를 기록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통닭집은 흔하다. 하지만 독특한 통닭집에게는 새로운 길이 있었다. 간장소스와 닭 날개는 흔한 곳에 있는 새로운 길이었다. 해아래 새것은 없다. 100% 새로운 아이템도 없다. 오직 새로운 초점과 새로운 편집 만이 있을 뿐이다. 구글이 출발하던 1998년은 어땠는가? 시장에는 이미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핫봇, 잉크토미 같은 쟁쟁한 업체들이 검색엔진이라는 브랜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구글은 검색엔진을 들고 나왔다. 그들에게는 어떤 무기가 있었는가? 어떻게 했길래 ‘그 흔한’ 검색엔진들 사이에서 성공했는가? 1998년 베타 서비스를 마치고 구글이 출발했을 때 그들에게는 어떤 비장의 무기가 있었을까? ![]() ▲ 구글 1998년 구글이 등장하기 전까지 검색엔진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인터넷 정보를 찾아주고 있었다.
소위 페이지랭크(PageRank)다. 웹의 하이퍼링크 특성을 잘 살린 이 방식은 특히 공식 홈페이지를 찾을 때 금방 차이가 났다. ‘구찌’라는 단어를 수 백번 반복해 놓은 홈페이지 보다 ‘구찌’라는 링크로 많이 연결된 홈페이지가 구찌와 관련성이 높을 것이다. 해당 홈페이지에 ‘구찌’라는 한글 단어가 하나도 없어도 말이다. ![]() ▲ 인터넷 검색엔진 랭킹 알고리즘의 변화 (차세대 방식은 무엇일까? 당장은 개인화, 그룹화를 통해 검색 결과를 재구성하는 방식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구글의 또 다른 무기는 크기(Size does matter!)였다. 구글은 웹을 가장 넓게 포괄하는 검색엔진을 목표로 삼았다. 지금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웹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강점만으로 구글의 성공을 말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성공 비결이 있었다. ● 구글의 첫 번째 비결 구글은 검색엔진이다. 구글은 자신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이 구글의 첫 번째 비결이다. 명확한 초점! 너무 쉬워 보이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필자는 이 질문에 주저없이 대답하는 사람이나 회사를 별로 보지 못했다. 제공하는 기능을 물을 때와 너무나 다른 표정이 된다. 개인이든 회사든 명확한 초점과 그에 따른 사명은 성공의 나침반이다. 구글은 포탈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종합 미디어가 아니다. 찾는 사람들에게 원하던 것을 전해주고 자신은 사라지는 검색엔진이다. 구글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어디서나 찾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한 줄의 문장이 구글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말해준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검색엔진의 지나친 상업화를 반대하며 4명의 직원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한결같다. ![]() ▲ 구글의 변화 구글 첫 화면은 거의 변화가 없다. 인터넷에서,그것도 6년이나 흘렀는데도 말이다. 인터넷은 변화와 속도의 다른 이름 아닌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오직 ‘검색’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것은 포기했기 때문이다. 야후와 비교해 보자. ![]() ▲ 야후의 변화 야후는 변했다. 검색엔진에서 출발해 포탈이 되었다. 비록 검색에 여전히 브랜드 포지션이 있고 검색 사용자도 많지만 말이다. 검색을 강조할 수는 있지만 검색엔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차이다. 나중에 더 살펴볼 것이다.) 지금 같은 검색 광고 모델이 없었던 1997년에 포탈로의 변화의 생존의 문제였던 측면이 있다. 또한 야후는 검색이 아닌 미디어라는 선택을 이미 여러차례 강조했다. 검색엔진과 포탈 – 둘은 분명히 다른 길이다. 네이버도 정확히 말하면 검색엔진이 아니다. 지식 검색을 내세우지만 이미 종합 미디어의 길을 택했다. 없는게 없는 서비스가 되었다. 다음도, 야후코리아도 검색을 전략으로 삼지만 검색엔진은 아니다. 심지어 검색이란 포지션에서 앞섰던 엠파스 조차 그렇다. 물론 포탈이 되느냐, 검색엔진이 되느냐는 각 회사의 선택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둘 다 잡을 수는 없다. 결국 한 쪽 손을 놓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특히 후발주자나 중하위권 그룹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생존의 문제다. 모든 시장은 분화된다. 그리고 하나의 시장에서는 결국 두 마리의 말(馬)만이 경주한다. 포탈과 검색엔진은 결국 갈라진다. 미국은 이미 포탈과 검색엔진을 다른 분야로 구분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우리의 검색 시장은 다르다. 하지만 이 차이가 ‘포탈=검색엔진’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마이엠의 아쉬움은 후발 주자임에도 똑같은 종합 포탈이 되려고 한 것이다. 웰 메이드 포탈에 검색을 표방했지만 여전히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다. 사용자들은 기존 포탈에서 마이엠으로 옮겨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아니면 기존 포탈을 쓰면서도 마이엠을 전문 검색엔진으로 쓸 이유라도 있어야 했다. 이것은 파란이 직면한 질문이기도 하다. 구글이 오직 검색에만 집중하지 않았다면 구글의 신화는 없었다. 야후-AOL-MSN 뒤에 나열되는 또 하나의 포탈에 불과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확장을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아주 단순하고 쓰기 좋던 상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뚱뚱해지는 것을 얼마나 많이 보는가? 성장이 아니라 살이 찌는 것 말이다. 속도는 느려지고 쓰지 않는 기능은 많아진다. 매뉴얼은 두꺼워지고 지갑은 얇아진다. MS 워드를 보자. 윈앰프(WINAMP)를 보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구글은 검색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포탈은 백화점이다. 하나만을 챙길 수가 없다. 검색만 생각하면 쇼핑이 운다. 한 서비스만을 완전하게 실현할 수가 없다. 상호간의 통합과 배려가 중요하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초점이 다르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달라진다.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검색엔진에게는 자주 오는 것이 더 중요하고 포탈에게는 오래 머무는 것이 더 중요하다. ● 구글의 두 번째 비결 어느날 구글 본사에 이상한 이메일이 왔다. 별다른 말은 없고 숫자만 들어있었다. 어느날은 36, 어느날은 37 하는 식이었다. 알고보니 구글 메인 페이지의 단어 개수였다. 누군가 숫자가 변할 때마다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구글의 담당자들 역시 메인 페이지의 단어 수를 센다. 어떤 담당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단어 수를 셉니다. 모뎀을 쓰는 사용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다운로드 시간은 곧 돈입니다.” 사실 전용선을 쓴다해도 시간은 돈이다. 다운로드 시간 뿐 아니라 어디로 가야할지 두리번 거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링크에서 낭비하는 시간 역시 돈이다. 구글은 자신들의 상품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 담당자가 계속 말한다. “우리의 상품은 검색입니다. 사람들은 웹을 검색하려고 구글에 옵니다. 메인 페이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검색이 아닌 다른 것에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관심없는 것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관심없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은 이 사업을 죽일 겁니다.“ 초점이 분명하면 버릴 것이 분명해진다. 구글은 단순하다. 뻔하다. 검색이다. 사람들은 단순한 것을 사랑한다. 구글의 두 번째 성공 비결이다. 우리는 정보 과잉, 커뮤니케이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에 소음이 넘칠수록 단순함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설명이 길면 항상 패한다. 책은 제목과 초반 몇 페이지에서 승부가 나고, 헐리우드 영화는 5분 안에 결정난다. 단순하지 않으면 죽는다. 개념이 단순하면 디자인도 단순해 진다. 구글은 텍스트 중심의 메뉴 구성, 광고 배치 방법 등 많은 면에서 다르다. 두 개의 버튼이 달린 검색 창도 특이하다. ![]() ▲ 버튼들이 말한다. “어디서 찾을래요?” 대부분의 포탈이 흔히 사용하는 드롭다운 메뉴 방식과 눈에 띄게 다르다. 구글에 오는 사람은 검색하는 사람이다. 다른 영역을 검색하는 중에도 언제든 중심이 되는 웹 검색을 바로 할 수 있게 하는 배려다. 혹자는 말한다. “구글에 메뉴가 별로 없어서 가능한 것 아닌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구글은 단순하게 검색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함이 별로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흐트러짐없이 모아놓는 것이 진짜 단순함이다. 구글로 찾을 수 있는 것은 많다.
![]() ▲ 다른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PC 검색 독특한 검색 기능도 많이 숨어 있다.
여섯 번째 기능 같은 경우, 아래의 URL을 간단히 바꾸는 것으로 http://www.searchmaster.co.kr/inc_images/logo.gif&q= &sitesearch=searchmaster.co.kr&lr=”>여러분 사이트만 검색하는 검색엔진을 만들 수 있다.
빨간색 자리에 여러분의 홈페이지를, 파란색 자리에 로고 이미지 주소를 넣으면 된다. 구글은 단순하지만 부족하지 않다. 수 많은 검색 영역과 기능이 있다. 모든 것은 메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구글에는 수 만대의 서버가 모여 있다. 슈퍼 컴퓨터까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단순하다. 모든 것이 ‘검색’ 아래 하나로 움직인다. 구글 메인은 광대한 나라로 통하는 조그만 신비의 옷장 문이며, 바다 위로 나온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다. 사람들은 부담없이 혼란없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 복잡한 것은 필요한 때 나타난다. 가장 이상적인 에이전트의 모형은 알라딘의 램프다. 필요한게 있으면 그냥 작은 램프를 문지르면 된다. 복잡한 것은 요정의 몫이다. 가장 쿨한 것은 필요 없을 때는 군말없이 사라져 준다는 것이다. “완전함은,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 생텍쥐베리 – 서비스의 초점이 검색이라면, 오래 붙잡아 두기와 다른 걸로 자극하기는 포기해야 한다. 메뉴와 그래픽도 줄여야 한다. 그외에도 검색에 걸리적 거리는 것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 FireFox라는 새로운 웹 브라우저가 잠깐 사이에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은 대규모 마케팅의 산물이 아니다. ‘새로운 브라우저’ ,’작고 빠른 브라우저’ 그 단순함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4.5MB로 모든 것을 더 멋지고 빠르게 해낼 수 있다는데 열광하며 소문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단순한 것은 강렬하다. 강하고 아름답다. 구글의 두번째 비결: 단순함은 생명이다.초점이 분명하면 버릴 것이 분명해진다. 더 이상 버릴 게 없을 때까지 버리면 비로소 강하고 아름다워진다. 사람들이 사랑하기 시작한다. ◆ 적용을 위한 질문: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